[셰어] ‘낙태죄’ 관련 형법 일부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셰어 의견서

관리자1
2020-11-19
조회수 61

형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작성일: 2020년 10월 20일

작성자: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Ⅰ. 형법 일부개정안 입법예고안의 기본 문제


1. 일부 임신중지에 대한 형사처벌 유지

■ 임신중지를 형사처벌하는 법률을 존치함으로써, 법을 통해 국가가 직접적으로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용인. 포괄적인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에 있어서 성· 재생산권을 침해하는 법조문을 삭제하는 것은 가장 소극적인 조치로서, 다른 조치들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임에도 그렇게 하지 않음.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것은 어떠한 것이든 간에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일 수밖에 없으며, 낙태죄 완전 폐지 없이는 재생산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도 어렵고 성평등 또한 진작되기 어려움. 

■ 낙태죄를 통한 형사처벌은 이미 임신중지를 줄이는(혹은 출생률을 제고하는) 효과가 없다고 밝혀졌음. 또한 임신주수, 사유에 따라서 형사처벌의 실효성 없음을 달리 볼 사정은 없음. 즉, 태아의 생명 보호 및 임신중지율 감소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수단을 활용한 것임. 


2. 임신주수에 따른 제한

■ 임신주수에 따른 제한을 둠으로써 임신초기 임신중지를 할 유인을 제공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음. 형사처벌이 없다고 해서 여성들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임신중지 시점을 늦춤으로써 스스로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결정을 내리지 않음. 여성들의 낙태 남용을 우려하는 일부 주장과 마찬가지로,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인 통념을 드러낸 것임. 임신 14주 이후의 임신중지에 대해서 사유를 요하는 것도, 임신 24주 이후의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것도, 이미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들의 임신중지 시점을 늦추고 더 위험한 임신중지를 감행하도록 만들 뿐임. 

■ 임신 24주 이후의 임신중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의 문제. 임신의 지속이 여성의 건강에 위험을 야기하는 경우라면 임신 24주 이후라고 해도 긴급피난의 법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조차도 개정 법률안이 임신 주수에 따라 점차 엄격한 요건을 두고 있음을 고려해서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될 여지가 있음. 이미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임신한 여성의 생명·건강을 태아의 생명보다 경시하는 모순을 초래하게 될 위험. 개정법률안 제270조의2 제2항의 사유를 충족한 경우에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인데, 예를 들어 1호의 범죄행위에 의한 임신의 경우 원치 않는 임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여성에게 어떠한 귀책사유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오로지 ‘임신중지 시점을 늦춘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됨. 임신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할 만한 사유를 임신 24주 이후에야 인지하게 된 경우, 임신 24주 이후에 새롭게 생긴 경우도 고려하고 있지 않음. 

■ 여성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임신중지 시점을 늦추지 않는다는 사실은, 임신주수에 따른 제한이 취약성에 대한 처벌 문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뜻함. 스스로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늦은 시기의 임신중지를 해야 할 만큼 양육환경의 미비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임신중단 시기가 늦춰진 이유는 더 큰 취약성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당한 추론임.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만큼 나이가 어리거나 장애가 있다거나, 임신중단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빈곤한 상황, 가족이나 파트너의 폭력·학대·통제로 인해 운신이 자유롭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언어 장벽이나 이동의 어려움으로 인해 병원 방문이 늦어진 경우 등. 취약성에 대해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정의의 관념에 반함. 


3. 사유에 따른 제한

■ 개정법률안 제270조의2 제2항 1호는 원치 않는 임신에 이르기까지 여성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 임신중지를 허용하려는 목적이라고 보임. 그런데 현행 성폭력 법제 등의 한계로 인해 해당 목적을 실현하기에 1호만으로는 부족함. 원치 않는 임신에 이르기까지 여성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현행법이 범죄행위로 규정하지 않는 경우들이 존재함. 소위 스텔싱 범죄는 성행위에는 동의했으나 상대방이 콘돔에 구멍을 뚫거나 성행위 도중 콘돔을 제거하는 등의 방법으로 임신하게 된 경우를 지칭하는데, 현행법에는 이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음. 비동의간음죄를 두고 있지 않은 현행법 상에서 강간죄가 폭행·협박을 통한 간음일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요당했다고 해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음.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로 결심하고 입증자료를 구비하는 어려움도 고려되어야 함. 성폭력 피해자에게 사회적 낙인과 2차 가해를 가하는 상황에서 성범죄 신고율은 매우 낮음. 성폭력 피해로 지원기관에서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수사기관을 통한 성폭력 사실 입증자료 확보 등에 시간이 소요되어 임신중지 시점이 늦어지는 일도 빈번함.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이 사실임에도 수사·재판 과정에서 입증에 실패하여 무죄 선고가 내려진 경우, 여성이 임신중지로 인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위험성도 존재함. 

*이미경, 「성폭력피해로 인한 인공임신중절수술 지원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 2012 : 12주 이내에 지원 요청한 성폭력 피해자의 절반 이상(57%)이 결국 12주가 지나야 수술이 가능했음. 

■ 그 외의 사유의 경우에도 증명에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으므로 임신중지 시점을 늦추게 되고, 증명 과정 자체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음.


4. 상담과 24시간의 대기시간 의무화

■ 상담의 내용과 원칙에 대한 규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상담을 거치는 과정에서 여성이 모욕적인 언사를 경험하거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할 위험이 있음. 상담의 기밀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퍼진다면, 임신중지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불법 시술소를 찾는 여성들도 늘어날 것임. 

■ 상담과 24시간의 대기시간이 의무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담기관 및 의료기관을 방문할 시간과 기회를 얻기 어려운 취약한 조건에 놓인 여성들의 임신중지 접근성이 크게 제한될 수 있음. 


5. 의사에 의하지 않은 임신중지 처벌

■ 개정법률안 제270조의2는 의사에 의하여 임신중지가 될 것을 요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미프진 등을 구해서 스스로 임신중지하면 임신초기에 행해졌어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됨. 더 열악한 조건에 있는 여성이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민간요법을 통해서 임신중지하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됨. 그 과정에서 여성을 직접적으로 도와준 사람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형사처벌 대상이 됨. 의사에 의한 임신중지가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해도, 다른 임신중지 방법에 대해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여성에 대한 차별적 통념과 취약성에 대한 처벌 문제와 연결됨. 여성이 특별한이유 없이 더 위험한 임신중지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 

■ 의사의 진료거부권, 진료거부시 연계의무를 다른 의사·병원이 아닌 상담기관으로만 규정한 것 등은 여성들이 의사를 통하지 않고 임신중지하도록 만드는 요인임. 이를개정법률안에 남겨둠으로써 여성들이 덜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을 택하도록 만들면서, 동시에 덜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을 택하면 형사처벌하는 것은 모순적인 태도임.



전체 내용 보기 : http://srhr.kr/2020/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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